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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17 베를린, 천 개의 연극

베를린, 천 개의 연극베를린, 천 개의 연극 - 10점
박철호 지음/반비


이 책은 저자가 베를린에 거주하며 쓴 관극 스케치이다. 레퍼토리 극장제에서 활성화된 독일 연극들을 보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서 담았다. 다만 책에 등장하는 총 16편의 무대 중에 2편은 스페인, 프랑스에서 상연된 것들이다.  

각 편의 이야기는 저자의 당시 근황으로 시작한다. 오늘은 어디를 갔고 누구를 만났고 어떠한 생각을 하다 이런 연극을 보았다는 식으로 정리된다. 자연스럽게 토로함으로써 현장감 넘치는 서술이다. 읽는 사람은 글줄을 따라가며 서서히 극장 안으로 입장하게 되고 저자의 눈과 귀를 통해 연극을 느낄 수 있다. 슬며시 찔러 주는 극 줄거리 소개와 연출적인 기법에 대한 감탄과 촌평, 배우들의 연기와 분장, 저자 자신의 가슴에서 끓어 오른 감정과 메시지에 반응하여 휘몰아치는 사유까지 적절한 걸음 속도로 안내해 준다. 간간이 연극사적 의미나 사회적 맥락을 짚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기에 굳이 연극에 관해 공부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독해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평론적이지 않지만 정보와 사유를 담고 있고 에세이적이지만 개인의 사상과 감정 배설에 머물지 않는다.  

나는 특히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는 유럽 연극의 단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저 머나먼 사랑티켓의 리즈 시절부터 대학로 거리를 쏘다녔지만 이제는 그 거리가 불만족한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 이국의 거리는 충격과 감동이었다. 분명 이 책에는 좋은 것만 담았겠지만 그쪽 연극인들의 노력과 열정, 특히 연구는 연극열전 따위 프로젝트가 얼마나 얕은지 다시금 절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텍스트의 3차원화에 대개 만족하고 끝내 버리는 대학로에 던지는 의미가 크고, 한편으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어 이러한 책이 나타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읽는 내내 앉아 있던 낯선 세계의 객석에서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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