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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6 통쾌한 희곡의 분석

통쾌한 희곡의 분석통쾌한 희곡의 분석 - 10점
데이비드 볼 지음, 김석만 옮김/연극과인간

http://gompic.tistory.com2013-03-06T07:14:000.31010

 

극작을 하고 싶은 내게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준 책. 작가뿐 아니라 배우나 연출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습작을 하면서 타인에게 당하고(?) 싶었던 분석 방법론이 여기 담겨 있었다. 텍스트 자체에 끈질기게 집중하여 세밀하게 살핀다. 그 자체는 별거 아니지만 상당한 경험과 직관,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연결 고리를 찾아내고 인물이 행동하는 원리를 알고 사건의 진면모를 드러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보고 그것들을 알 것인가? 저자는 희곡 자체를 실용적인 작품으로 규정한다. 기본적으로 테크네의 집합으로 보는 듯하다.  

 

"비유컨데연극예술가나 공연예술가에게는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는 것이 지금이 몇 시인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희곡의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고 난 후에 희곡의 의미를 발견하는 게 제대로 된 순서이다." 

 

서문에 쓴 인식대로 저자는 초반에 플롯 따위 개나 줘 버리라고 말한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기술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플롯을 꼽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다. 시학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그런 면에서 이러한 선언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는 자유롭게 또는 공학적으로 작품에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 준다. 개인적으로 기계적인 분석론을 포기하거나 무시한 사람은 좋은 극인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공감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연극이나 무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여 제발 제대로 된 기술로 밥벌이 좀 잘하시게, 라고 표현하는데 어떤 무형의 힘이 움직이는 그릇의 기술 관계랄까 구조 관계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의미, 오오 참된 의미를 찾는 이들에게 꽤나 물린 듯한 인상이다. 나 역시 그들에게 물리다 못해 역겨움을 느끼는 터라 이 책을 즐겁게 보았다. 작가로서 내가 도달하지 못한 어떤 지점이 보여 씁쓸하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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