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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30 나무 위의 남작

나무 위의 남작

사용자/책 2012. 11. 30. 23:00
나무 위의 남작나무 위의 남작 - 10점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민음사

느리지만 확실하게 무너져 가는 이탈리아 한 귀족 가문의 후계자가 평생을 나무 위에서 산 이야기이다. 그러나 몰락에 관한 서사는 아니다. 나무 위에서 살게 됨으로써 세상의 틀과 다르게 생각하고 성장하고 확장, 변주되어 가는 주인공의 정신적 여정을 주로 다루었다. 

그렇다고 긴 사색과 독백이 대부분인 지루한 소설은 아니다. 그런 건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은 코지모 남작. *중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지위를 물려받음. 소설에서는 주로 '코지모 형' 또는 '형'이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말하는 사람이 그의 동생이므로. 사색과 독백이 나올 일은 애초에 차단된 셈이다. 

동생은 이 특이한 형을 관찰하거나 당사자에게 직접 듣거나 소문으로 들어 얻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매우 담담하게, 되도록 정확하려고 애쓰면서 들려 준다.   오, 친절. 

덕분에 독자는 코지모가 나무 위에 올라가게 된 사연부터 시작해서 (로맨스는 당연히 겪고, 심지어 전쟁에 참여하기도 하는) 수십 년 삶을 살고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꽤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 그는 사라졌다. 하늘에서 곤란을 겪고 지상에 가까워진 어느 기구의 밧줄에 매달려 공중으로 사라졌다. 아무도, 소설은 아무도 그의 마지막을 '못 본' 채로 끝난다. 이 결말은 너무도 완벽하게 코지모를 결말시켜서(?) 놀랐다. 대담하고 놀라운 작가적 선택! 

참, 이 글만 보고 누군가 오해할까 봐 몇 자 적는다. 

코지모는 타잔이 되지 않는다. 그는 덩굴 밧줄을 타기도 하지만 지식 수준과 사고력이 매우 높은 철학자로 자란다. 당대의 지식인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그들을 놀라게도 하고 그들이 이룰 역사적 성취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할 정도다. 영장류가 나무에서 내려오면서 이룬 지적 여정과 성취를 그는 거꾸로 나무 위에 올라가서 이룬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역순도 이 작품을 매력적이게 하는 요소이다. 

이 소설은 내가 찜. 

희곡으로 각색해서 연극으로 올리고 싶다. 무대에서부터 객석까지 넘나들며 장악할 수 있는 생각 단편들이 무궁무진하게 떠오른다. 정말 엄청난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단, 배우가 2미터 공중에서도 떨지 않고 연기할 수 있다면. 어쨌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업계(?)에서 클 때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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