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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8 어느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의 죽음


어느 완벽한 2개국어 사용자의 죽음어느 완벽한 2개국어 사용자의 죽음 - 10점
토마 귄지그 지음, 윤미연 옮김/문학동네

 

"전쟁마저 협찬 받아서 하는 이 더러운 세상!" 

  

망할, 책을 펼쳤는데 글자들이 위아래 거꾸로였다. 겉표지가 잘못 끼어져 있던 탓이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내용이랑 무척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책을 쌀 때 작업자가 겉표지 일러스트에 깜빡 속아 넘어간 듯하다. 그 정도로 훌륭하다고 여기서 정리. 

  

나는 잘 모르지만 나름 훌륭한 상들을 휩쓴 이 소설은 연극으로도 올려져 호평을 받는 모양이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믿는다면) 와, 어떻게 했을까? 빈민 골목에서 출발해 쇼 비즈니스 절정을 아우르는 광활한 이야기를 누가 각색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아무튼,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서문을 보면, 토마 귄지그는 학창시절 만난 한국소녀 덕분에 작가가 됐지 하고 적어 놓았다. 소녀 때문에 작가가 된 이야기는 무수히 많으니 그렇다 치고, 저 당시 벨기에에 한국소녀라니... 입양아였을까?  

  

아무튼,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는 나오지 않는다. 뒤쪽 해설을 보면 작가가 이원화된 세계 사이에 낀 회색인간을 나타내려 했다는데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아, 지금 보니 옮긴이가 직접 쓴 글이다. 제목 '병든 세계와 짝사랑'은 채플린식 희극 같아서 마음에 든다. 

  

아무튼, 

이 소설에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지배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텅 비어 있다. 섹스, 폭력, 광고, 이윤, 시청자, 건달, 살인자, 고아, 군인 그리고 켈로그로 이어진 끈은 사실상 그 어디에서 잘라도 상관없다. 뭐, 여기에 군대가 진군하여 굶주린 전쟁 피해 아이들에게 켈로그를 주는 장면을 찍어 방송에 내보내야 전쟁 자금이 증가한다는 것도 종종 나오지만 그것은 그냥 허례허식일 뿐 사고가 정당하게 기능한다면 불가능한 이윤 창출 방법이고 마찬가지로 특별한 효과도 없다. 단지 달려야 하니까 달리고 파묻어야 하니까 땅을 판다. 그리고 마지막에 생각하는 거다. "다시 처음부터!"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며 영화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린 것은 나 혼자일까? 

  

아무튼, 

이 소설에 한계는 없는 것 같다. 노골성이 내세워서 감출 것도 없는지 이야기는 쭉 쭉 뻗어 나간다. 쉼 없는 1인층 서술은 참 교양도 없어 시끄럽게 들릴 때도 많지만 이 화자가 독자를 궁금증을 유린하며 조련하는 솜씨는 매우 좋다.  

  

아무튼,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사람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죽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병든 정도가 아니지, 이건... 

  

그러니까,

재밌고 읽고 나서 기분이 매우 씁쓸해지는 소설이다. 당신도 당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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